닫기
용우상사

ALCOHOL BASICS

술의상식

용우주막

노래

음주가(A Drinking song)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Wine come in at the mouth

사랑은 눈으로 들어가나니
And love comes in at the eye;

나이들어 늙어 죽기 전에
That's all we shall know for truth

알게 될 진실은 그것뿐
Before we grow old and die.

나는 입에 술잔을 쳐들어
I lift the glass to my mouth,

그대 바라보며 한숨짓는다
I look at you, and I sigh.
 
 

송강(松江) 정철(鄭澈)

권주가

한 잔 먹세그려 또 한잔 먹세그려
꽃 꺾어 술잔 세며 한없이 먹세그려
죽은 후엔 거적에 꽁꽁 묶여 지게 위에 실려 가나

만인이 울며 따르는 고운 상여 타고 가나(매한가지)
억새풀, 속새풀 우거진 숲에 한번 가면...
그 누가 한 잔 먹자 하겠는가?
무덤 위에 원숭이가 놀러와 휘파람 불 때 뉘우친 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술과 사랑

이준호

술도 사랑도 마시면 취합니다
때로는 이성을 잃고 헤매기도 합니다

그러나 술은 마셔버린 양과 남겨진 양을 알 수 있지만
사랑은 얼마를 마시었고 얼마가 남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랑은 술보다 더 어렵습니다
술도 사랑도 빠지면 헤어날 수 없습니다
가끔은 그 안에서 목숨을 다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술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깨어날 수 있지만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그 골이 깊어집니다

그래서 사랑은 술보다 더 독합니다
술도 사랑도 혼자서는 외롭습니다
때로는 그 외로움에 가슴까지 시립니다

그러나 술은 혼자 외로움을 달랠 수 있지만
사랑은 그 외로움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랑은 술보다 더 힘듭니다
술도 사랑도 문득문득 생각이 납니다
가끔은 너무 잦아서 귀찮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술은 떠올리고 마시는데 가슴이 아프진 않지만
사랑은 떠올리고 마시는데 마음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은 술보다 오래 남습니다 
 

술과 사랑2

이준호

취하는 건 술이요
달래는 건 사랑이다

먼저 권하는 건 술이요
조심스레 권하는 건 사랑이다

버리는 건 술이요
간직하는 건 사랑이다

몸으로 마시는 건 술이요
가슴으로 마시는 건 사랑이다

아무에게나 줄 수 있는 건 술이요
한 사람에게만 줄 수 있는 건 사랑이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술이요
뜻대로 안 되는 건 사랑이다

손이 설레는 건 술이요
가슴이 설레는 건 사랑이다

비울 수 있는 건 술이요
채울 수 있는 건 사랑이다

잠을 청하는 건 술이요
잠을 빼앗는 건 사랑이다

머리를 아프게 하는 건 술이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사랑이다

술 잔에 당신 담아 마신다

전영애

거치른 세상 살이
속고 속는 세월에

그리웁도록 기다리는
사랑하는 사람아

고독하고 괴로울 때
언제나
밝은 등불 되어준 사람
초승달 넘어 갈 때까지
그리워 불러 본 사람아

아프고 슬플때
큰 힘이 되어준 사람
마주 앉아 술 잔 건내 받던
그 날을
떠올리며 그려 보는 밤

추울 때나 더울 때
우리는 마음을 주고 받은 사이
오늘같은 날
보고 싶은 그 얼굴 그 모습

한 잔의 술
사랑을 담고
그리운 당신을 담아
짜릿한 맛에 정신 흐려져
가물가물 떠오르는 사랑하는 사람아 
 

술보다 독한 눈물

박인환

눈물처럼 뚝뚝 낙엽지는 밤이면
당신의 그림자를 밟고 넘어진
외로운 내 마음을 잡아 보려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그렇게 이별을 견뎠습니다

맺지 못할 이 이별 또한 운명이라며
다시는 울지 말자 다짐 했지만
맨 정신으론 잊지 못해
술을 배웠습니다

사랑을 버린 당신이 뭘 알아
밤마다 내가 마시는건
술이 아니라
술보다 더 독한 눈물 이였다는 것과
결국 내가 취해 쓰러진건
죽음보다 더 깊은 그리움 이였다는 것을

술타령

소야 신천희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 사 먹지..
 
 
노래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제밤은

신동엽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제밤은
자다가 재미난 꿈을 꾸었지.

나비를 타고
하늘을 날아가다가
발 아래 아시아의 반도
삼면에 흰 물거품 철썩이는
아름다운 반도를 보았지.

그 반도의 허리, 개성에서
금강산 이르는 중심부엔 폭 십리의
완충지대, 이른바 북쪽 권력도
남쪽 권력도 아니 미친다는
평화로운 논밭.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제밤은
자다가 참
재미난 꿈을 꾸었어.

그 중립지대가
요술을 부리데.

너구리새끼 사람새끼 곰새끼 노루새끼들
발가벗고 뛰어노는 폭 십리의 중립지대가
점점 팽창되는데,
그 평화지대 양쪽에서
총부리 마주 거누고 있던
탱크들이 일백팔십도 뒤로 돌데.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
물방게처럼
한 떼는 서귀포 밖
한 떼는 두만강 밖
거기서 제각기 바깥 하늘 향해
총칼들 내던져 버리데.

꽃피는 반도는
남에서 북쪽 끝까지
완충지대,
그 모오든 쇠붙이는 말끔이 씻겨가고
사랑 뜨는 반도,
황금이삭 타작하는 순이네 마을 돌이네 마을마다
높이높이 중립의 분수는
나부끼데.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제밤은 자면서 허망하게 우스운 꿈만 꾸었지.

주막에서

천상병

골목에서 골목으로

거기 조그만 주막집.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저녁 어스름은 가난한 시인의 보람인 것을...

흐리멍텅한 눈에 이 세상은 다만

순하디순하게 마련인가,

몽롱하다는 것은 장엄하다.

골목 어귀에서 서툰 걸음인 양

밤은 깊어가는데,

할머니 등뒤에

고향의 뒷산이 솟고

그 산에는

철도 아닌 한겨울의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산 너머

쓸쓸한 성황당 꼭대기,

그 꼭대기 위에서

함빡 눈을 맞으며, 아기들이 놀고 있다.

아기들이 매우 즐거운 모양이다.

한없이 즐거운 모양이다.
 

막걸리

천상병

나는 술을 좋아하되
막걸리와 맥주밖에 못 마신다.막걸리는
아침에 한 병(한 되) 사면
한 홉짜리 적은 잔으로
생각날 때만 마시니
거의 하루 종일이 간다.
맥주는
어쩌다 원고료를 받으면
오백 원짜리 한 잔만 하는데
마누라는
몇 달에 한 번 마시는 이것도 마다한다.
세상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음식으로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때는
다만 이것뿐인데
어찌 내 한 가지뿐인 이 즐거움을
마다하려고 하는가 말이다.
우주도 그런 것이 아니고
세계도 그런 것이 아니고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니다.
목적은 다만 즐거운인 것이다
즐거움은 인생의 최대목표이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밥이나 마찬가지다
밥일 뿐만 아니라
즐거움을 더해주는
하나님의 은총인 것이다.
 
 

천상병

술 없이는 나의 생을 생각 못한다
이제 막걸리 왕대포집에서
한잔 하는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젊은 날에는 취하게 마셨지만
오십이 된 지금에는
마시는 것만으로 만족하다
아내는 이 한잔씩에도 불만이지만
마시는 것이 이렇게 좋을 줄을
어떻게 설명하란 말인가?

김소월

술은 물이외다물이 술이외다
술과 물은 사촌(四寸)이외다. 한데
물을 마시면 정신을 깨우치지만서도
술을 마시면 몸도 정신도 다 태웁니다
술은 부채외다, 술은 풀무외다
풀무는 바람개비외다, 바람개비는
바람과 도깨비의 어우름 자식이외다
술은 부채요 풀무요 바람개비외다
술, 마시면 취(醉)케 하는 다정한 술
좋은 일에도 풀무가 되고 언짢은 일도
매듭진 맘을 풀어주는 시원스러운 술
나의 혈관(血管) 속에 있을 때에 술은 나외다
되어가는 일에 부채질하고
안 되어가는 일에도 부채질합니다
그대여, 그러면 우리 한잔 듭세, 우리 이 일에
일이 되어가도록만 마시니 괜찮을 걸세
술은 물이외다, 돈이 물이외다
술은 돈이외다, 술도 물도 돈이외다
물도 쓰면 줄고 없어집니다
술을 마시면 돈을 마시는 게요, 물을 마시는 거외다

취하지 않는 의식

안택상

독한 술 마셨다지구가 흔들리는지
어쭙잖은 내가 흔들리는지
흔들흔들 잘도 춤춘다
취한 눈 부릅뜨고
어금니 깨물며 쳐다본 세상
소복입고 달그랑 달그랑 천상으로 향한다

의식은 깨어 이렇게 숨쉬는데...

장진주사

정철

한 잔 먹세그려 또 한 잔 먹세그려
꽃 꺾어 산 놓고 무진무진 먹세그려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 덮어 줄 이어 매여 가나
유소보장에 만인이 울어 예나어욱새 속새 떡갈나무 백앙숲에 가기 곧 가면
누른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 소소리 바람 불 제
뉘 한 잔 먹자 할꼬

하물며 무덤 위에 잿납이 휘파람 불 제야
뉘우친들 어이리

곡강에서 술을 마시며

두보

부용원 밖의 강 어귀에 앉아서 돌아가지 아니 하니

수정같은 봄 궁전 빛이 볼수록 아른아른 거리네

복숭아 꽃은 가늘게 버들꽃을 쫓아서 떨어지고

꾀꼬리는 때때로 백조와 함께 나는구나

맘껏 마셔 사람이 모두 버림을 오래 저바리고

조회조차 게을리하니 진실로 세상과 서로 어긋나네

관리의 마음으로는 다시 창주가 먼 것을 아노니

늙어서도 한갓 옷을 떨치지 못함을 슬퍼하네
 

무제

김삿갓

책 읽느라 머리는 희어지고 칼 익히는 동안에 해는 기우네

가없는 게 하늘과 땅뿐이리, 이 내 한도 길어라

장안의 붉은 술 열 말을 앓듯이 들이킨 뒤

가을바람에 삿갓 쓰고 금강산에 드노라
 

스스로 읊음

김삿갓

찬 소나무 아래 외딴 주막 안

한가롭게 누웠으니 딴세상 사람 같네

가까운 골짜기서 구름과 함께 즐기고

개울가에서는 새소리 이웃한다

시끄러운 세상일로 어찌 뜻을 거칠게 하리

시와 술로 내 몸을 즐겁게 하네

달이 뜨면 곧 옛생각하며

유유히 단꿈에 빠져들겠네

안변의 표연정

김삿갓

신선의 자취는 구름길처럼 아득하고
먼 길 떠도는 나그네 회포 날 저무니 더 어둡네

학 되어 날아간 신선 간 곳 물을 데 없고
봉래산 소식은 꿈속에서만 희미하네

젊은 몸에 기생 안으니 천금이 지푸라기 같고
대낮에 술독을 끼니 만사가 구름 같구나
먼 하늘 날으는 기러기 물따라 날기 쉽고
푸른 산 지나는 나비 꽃 피하기 어렵네
노래

명태

변훈 곡/ 양명문 시/ 오현명 노래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며 춤추며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이집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카~~~)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짝짝 찢어지어 내 이 몸은 없어질 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명태- 헛헛헛헛 명태라고
헛헛헛헛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떠난다는 말을 주었네

이기인

흰 양말을
벗어놓은 잠을 깨고 보니
여기가 어디,
주인은 떠나고
그가 기르는 백리향 한그루만 남아서
빈방을 채우네

그이를 만나려고
이제야 찾아온 일이기도 하였는데
어젯밤 술이 자못 내 얼굴을 사랑하게 하였을까

모든 것이 끝났어, 양말을 찾는데
빨랫줄에 널어놓은 그의 옷이 살랑살랑
떠난다는 말을 받네
close